김주련 - 1

  1. 2017.12.29 20171228

오늘은 힘을 쭈욱 빼야 하는 날이었는데, 힘이 줘야 하는 일들이 있었다. 오전을 쉬고 나갔는데도 이상하게 힘이 들더라. 5시 경에는 의자에 앉아 꿈뻑꿈뻑 졸기까지 했다. 결국 잠시 엎드렸다가.

일의 별 진척도 없이 시간만 흘려보냈다. 남편을 기다리며 전화 너머로 짜증을 낼락말락하는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버텼다. 

우울했다. 우울하고 싶었다. 영영 이별은 아니지만 약속된 시간은 끝난거니까. 생각에 잠길 시간이 필요했다라는 느낌이 그제야 밀려왔다. 

'좋게 나쁘게 좋게'라는 제목이 비스듬히 적힌, 친구가 낸 시집을 남편이 들고왔다. 책에 눈길을 준 지가 언제였나 싶다. 글이 참 좋았다. 나는 글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시는 쉬운 편이 낫다. '이렇게 좋은 시도 신문춘예에 등단이 안되다니' 생각했다. 

김소연 시인이 추천의 글을 쓰셨다. 빨리 추천사를 읽고 싶어서 서둘러 몇 작품을 읽다가 결국 절반도 못 읽고 추천사로 건너뛰었다. 따스하고 힘이 있었다. 사실 김소연 시인과는 한 마디도 나눠본 적이 없지만 어째 친근하고 의지가 된다. 읽다가 눈물이 왈칵 날 뻔 했다. 그녀의 삶은 잘 알지 못하지만 그녀의 글은 안다라고 적은 대목이었던가. 글 때문인지,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생각나는 아이들 모습, 목소리 때문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내일은, 모레는, 힘을 좀 더 빼야지. 올 한 해 잘 마무리 하려면. 

2017. 12. 29. 01:40. RSS feed. came from other blogs. Leave a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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