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 2

  1. 2019.10.21 꽃친쌤도 해봤습니다, 1년의 쉼과 여행
  2. 2019.10.21 연구보고회 꼽사리 발표

 

꽃다운친구들 종단연구 중간보고회에서 발제한 내용이다.

A4용지 7페이지가 넘는 대본을 썼는데 읽어보니 30분이 넘을 것 같아 중간중간 이야기를 빼면서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꽤 만족스러운 발표였다. 발표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보면 객관적으로 잘한 것과 못한 것이 더 잘 보일 것 같아서 일부러 부탁까지 드려서 촬영을 했다. 동영상을 다시 봤는데.. 음.. 객관적으로 보기란 참 어렵다 ㅎㅎ 말하면서 왜 저렇게 손을 많이 쓰고 시선 처리가 불안한가 싶은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원고를 써서 말하니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표현이나 단어 등을 정확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토론 시간에 참가자들이 쪽지에 질문을 적어서 냈는데, 전체 주제에 관계없이 여행비가 얼마 들었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있어서 다들 웃었다. 그리고 나는 대답해드렸다.. ㅎㅎ

 

그리고 이런 질문도 있었다. 수련회에 다녀오면 얼마 간은 그 수련회에서 받은 은혜 때문에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고 이제부터 달라진 삶을 살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들곤 하는데, 혹시 내 상태도 그런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솔직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 돌아온 지 50일 밖에 안됐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 현재 내가 느낄 수 있는 나의 변화에 한해서 말씀드린 것이다. 과연 이게 수련회 효과인지 아닌지 알고 싶으시면 6개월 뒤에 다시 만나서 얘기하자고 했다. 

 

그런데 사실 그 질문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종종 생각나고 그 비유에 기대어 내 상태에 대해 스스로 점검해보곤 한다. 이것은 수련회 효과인가, 혹은 영구적 거듭남인가. 수련회 효과라면 얼마나 오랫동안 유효한 효과일까. 수련회 효과를 영구적 거듭남으로 바꾸기 위해 내가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

 

 

 

 

 


 

 

 

꽃친쌤도 해봤습니다, 1년의 쉼과 여행

꽃다운친구들 길잡이교사 이예지

 

1. 자기소개

      a. 꽃친의 탄생부터 3년 차까지

      b. 남의 기준에 맞춰 살지 않으려 나름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는 범생이

      c. 여행 결심 당시 신혼 2년 차

 

 

2. 쉼을 결심한 이유

      a. 남편과의 시간

      b. 쉼/꽃친을 더 이해

      c. 개인적인 변화가 필요

 

 

3. 그런데 왜 여행인가?

      a. 나에게 쉼의 의미

           i. 익숙한 사회로부터의 분리가 전제되어야 함

           ii. 생산/관계/역할의 의무로부터 잠시 떠남

           iii. 새로운 자극을 겪는 시간

 

 

4. 여행 중 생긴 예상치 못한 과정들

      a. 남편과의 갈등

           i. 나의 쉼 : 늘 하던 것이 아닌 다른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경험 à 경험, 체험

           ii. 남편의 쉼 : 특별한 것을 하지 않고 시공간을 비워 냈을 때 생겨나는 마음을 경험 à 관찰, 성찰

      b. 내 내면의 갈등

           i. 여행도 “잘하고 싶은 욕심”

                1.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안 할 수 없지 VS 남들이 다 하는 흔한 건 하기 싫음

                2. 여전히 타인의 인정이 많이 필요한 내 모습을 발견 : 덴마크 포스팅에 달린 댓글

                3. “알찬 시간” 대한 집착 VS 넉넉한 쉼

      c. 파타고니아 로드 트립

           i. 시작

                1. 친구에 대한 경쟁심

                2. 환상적인 이미지에 유혹됨

                3. 독특한 경험을 자랑하고 싶은 욕심

           ii. 현실 : 강행군, 반복되는 일과, 동행자와의 갈등

           iii. 변화

                1. 내가 애초에 기대한 것을 계속 생각하는 대신 현재 눈앞에 일어나는 일을 발견, 누림

                2.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가 점점 흐릿해짐

      d. 예지보부상

           i.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위기라는 기회를 만나서 도전하게 됨

           ii. 1차 : 예상치 못했던 좋은 반응

           iii. 2차

                1.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2. 1차 때보다 반응이 적음

                3.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이 아니라 나의 성장에 주목

 

 

5. 내가 겪은 변화

      a. 다른 사람들의 소식에 초연해짐

      b. 좋은 일에 대해 진심으로 감탄/배우려는 자세

      c. 내 몫의 일에 더욱 집중

      d. 경쟁적으로 최고를 추구하는 일을 그만 둠 → 용기, 의연함, 어우러짐

 

 

6. 내가 겪고 이해하게 된 쉼

      a. 인생 중 계속되는 변화의 경험

           i. 자신이 운용해가는 변화의 경험 VS 사회가 강제하는 방식을 자신에게 짜 맞추는 방식의 경험

           ii. 사회로부터 벗어나 보는 시간

      b. 쉼 안에서도 길을 잃는다.

           i. 모드 전환에 걸리는 시간 : 내 안에 내재하는 사회

           ii. 시행착오 : 경험, 실패, 성찰, 재도전

                1. 겪지 않고 처음부터 일직선으로 갈 수 없음

                2.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음

      c. 돌아오면 말짱 도루묵?

           i. 영원히 떠나 있을 수는 없다

           ii. 이전에 비해 좀 더 자기의 길에 집중할 수 있는 힘

           iii. 언제든 필요하면 다시 떠날 수 있다는 용기

                1. 신호를 알아차리기

                2. 변화에 대한 기대

 

2019. 10. 21. 22:20. RSS feed. came from other blogs. Leave a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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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꽃다운친구들 종단연구 2차 중간 연구보고회가 있는 날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오기 직전에 발표자로 섭외를 받았다. 연구팀에서 연구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기 전 첫 순서로 나의 안식년과 여행에 대해 발표를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처음에는 여행과 덴마크 에프터스콜레에 대한 이야기를 15분 안에 해달라고 해서 매우 당황했다. 어떻게 그걸 15분 안에 할 수 있지? 게다가 나는 말이 많은 스타일이어서 15분짜리 발표를 준비하면 꼭 20분이 되고야 만다. 즉 15분을 하기 위해서는 10분 치 얘기밖에 준비할 수가 없다는 건데.. 아무튼 연구팀과, 꽃친팀 내부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고회이고 남의 일이 아니니까 말이 섭외지 그냥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여행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은근히 기쁘기도 했다.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에 여행 이야기를 하는 자리를 스스로 일부러 만드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만일 내가 그런 걸 한다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나는 여행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여행 책을 읽거나 여행 얘기를 듣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여행 얘기를 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재밌거나 의미 있는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도 분명 있었다. 그냥 어디가 멋있었다, 재밌었다는 것보다 조금은 더 쓸모가 있는. 그런 의미에서 보고회에서의 발표는 내 여행의 경험 중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자리일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업무에 복귀하기 전부터 짬짬이 이 발표에 대해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행에서의 원경험이 1년 치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가치 있는 이야기를 고르는, 아니 이야기 안에 숨겨져 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마인드맵에 생각나는 대로 적어두었다. 우선 이렇게 적어놓고 나면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그림이 그려질 것 같았다. 하지만 업무에 복귀하고 나서는 다른 급한 일들로 바빴다. 발표 준비는 그렇게 시작만 해둔 상태로 어느새 2주 정도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내 스케줄 다이어리에는 매주 "발표 아웃라인 잡기"가 적혀있었다. 다른 일들에 치여 매번 다음 주로 미뤄온 것이다.

 

그동안 내내 주말에도 붙잡고 있었고, 팀원들이 뭘 부탁해도 발표 준비를 해야 해서 그 업무는 못하겠다고 거절을 하기까지 했다. 지난주 개천절까지 연구팀에게 자료집에 들어갈 발표 자료를 보내드리기로 했고 발표할 내용을 글로 써서 보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담이 과중했는지 개천절 날은 결국 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미룰 수가 없는 일이기에 아픈 몸을 이끌고 겨우 글을 완성했다. 그리고 보내기 전에 남편에게 먼저 보여주고 피드백을 부탁했다.

 

그런데 남편이 글을 읽은 뒤로 계획이 크게 바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 글에서 쉼이 필요하다고 느낀 지점과 여행을 하기로 한 결정 사이에 연결고리가 부족한 것 같으니 그 부분을 보충하는 게 좋겠다는 피드백을 주었다. 하지만 둘이서 점차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글에 얼마나 뼈대가 허술했는지가 드러나게 되었다.

 

"예지 네가 이런 이유에서 쉼이 필요했다고 생각하고 여행을 시작하게 됐다면 듣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충족되었는지 궁금하지 않겠어? 그리고 실제로 여행하면서 너는 처음엔 이런 모습이었는데, 이런 이런 계기들을 통해서 조금씩 변화하게 되었다고 나는 기억하는데..."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나는 도대체 어제 보고회에서 어떤 발표를 하게 됐을지. 생각해보니 아찔하다. 그 피드백을 받은 것이 이미 마감날 밤이었다. 얘기를 주고받는 내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뒤집으면 오늘 안에 글을 마감하지 못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이야기가 점점 핵심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멈출 수 없었다. 결국 자료집에는 발표 개요만 싣는 것으로 결정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정리를 해서 보내드렸다.

 

이렇게 막판이 되어서야 아웃라인이 갖춰지게 되어 다급한 면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꽤 만족스러웠고, 현재로서는 이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왜 이걸 더 빨리 잡지 못했을까, 남편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 혼자 할 수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남편과의 대화로부터 추출된 이 발표를 과연 내 발표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지만 연구팀으로부터 보고회 자료집을 받아서 꽃친 청소년 연구 결과를 받아보고 나서 나는 이런 생각을 조금 접게 되었다. 누군가 자기가 한 경험에 대해서 스스로 의미를 추출해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자서전보다 평전이 읽을 만한 게 아닐까. 내게는 남편이 연구자였던 셈이다.

 

그 아웃라인을 바탕으로 주말에 피피티를 만들고 발표 당일인 어제 낮에 종일 발표문을 작성해서 무사히 발표를 마쳤다. 막판까지 다소 급하게 마무리하게 된 발표였지만 발표 개요, 피피티, 발표문까지 3종 세트로 준비해서 한 발표는 이게 처음이었다. 대학생 때부터 수많은 발표를 했었지만 제대로 된 발표는 이제야 처음 해 본 느낌이었다. 카메라를 가져가서 녹화도 부탁했다. 동영상을 보면서 어떤 부분이 제일 중요하게 들리는지, 어떤 부분은 덜어내도 되는 부분인지 체크도 해보려고 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어디선가 비슷한 주제로 또 발표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가 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내 경험, 내 이야기가 너무 훌륭하고 막 더 알리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나도 내 경험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이야깃거리가 있는지 스스로도 궁금하고 최대한 많이 파내 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계기로 내가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주고받을 수 있는 장이 열리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덕분에 기대하지 못했던 발제비도 받았고(!!), 어제 발표를 야근 인정받아 오늘 오전에 이렇게 카페 휴식도 취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너무 좋다 ㅋㅋ

 

 

 

2019. 10. 21. 22:08. RSS feed. came from other blogs. Leave a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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