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근무를 대체하여 오늘 휴가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집에 있는 것으로 대충 아점을 먹고 둘이서 각각 청소와 빨래를 하고 30분 쪽잠까지 자고 외출을 했다. 남편은 오후에 약속이 하나 있고 그 동안 나는 근처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먼저 교보 문고에 들러 남미 여행책을 무려 한 시간의 시간을 들여 골랐다. 이거 다 읽고 나서 사고 싶은 미국 로드트립책도 하나 찜해뒀다. 


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평소에는 전혀 읽지 않는 여행 에세이 몇 권을 읽었는데, 개인적으로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이 최고인 것 같다. 일단 이 가족은 여행 자체의 페이소스가 담백하면서도 진하다. 사골 국물 같다. 5가족이 여행을 하고 아빠가 주로 글을 쓰셨는데 글 솜씨도 정말 좋으시다. 책을 읽다가 혼자서 물개 박수를 칠만큼 마음이 잘 통한다는 느낌이 들고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근처 스타벅스에 가서 남미여행책을 읽기 시작했다. 현재 짜여진 일정표 대로라면 우리는 남미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남미에 대해 아는 것은 정말 없다. 열심히 읽고 준비해야지.


저녁은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소고기를 먹으러 갔다. 가성비 좋다는 식당으로 골라서 갔는데도 불구하고 2인분 가격이 후덜덜하다. 본전 뽑으려고 소고기 한점 한점의 풍미를 최대한으로 느껴본다. 맛있다 맛있다 감탄사도 많이 외쳐본다. 하.. 그래도 이 돈 주고 다시 먹으러 올 것 같지는 않다. 이 정도 금액의 돈으로 내가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소비는 무엇일까? 


대흥에서 저녁을 먹으니 공덕에 사는 용진이네 집에 놀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하철 한 정거장이니 걸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남편을 이끌고 길을 나섰으나.. 가는 길에 지쳐버렸다. 대흥역에서 공덕까지 걸어가기로 한 계획은 잘못되었다. 아니, 애초에 그닥 가깝지도 않은데 들러야겠다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던 듯.. 그래도 용진&수지네 집에 둘이서 놀러갈 수 있어서 좋았다. 용진이가 친정엄마처럼 이것저것 먹을 것 싸줘서 더 좋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11시가 넘은 시간. 


휴가를 알차게 보냈도다. 푹 쉬고 싶은 마음, 뭔가 재밌는 걸 하고 싶은 마음. 혼자 있고 싶은 마음,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늘 다투는 게 휴일의 일상이다. 이 정도면 적절한 콤비네이션으로 섞어서 나답게 보낸 하루인 것 같다. 종일 내 보조를 맞추어준 남편이 있어서 감사함. 


오늘의 독서는 남미여행책으로 갈음함.




2017. 10. 17. 23:18. RSS feed. came from other blogs. Leave a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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