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저녁 보고회 발표에서 너무 잘난 척을 많이 한 탓인지.. 화요일부터는 내내 맥을 못 추고 있다.

 

일에 있어서도 좀 멍하고, 하루 종일 해내는 일의 양도 적다. 살짝 길을 잃은 느낌이다.

 

어제는 남편과 같이 거의 10시쯤부터 자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침에 충분히 잔 느낌으로 일어나긴 했는데 1시간 출근길을 거치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벌써 진이 빠졌다. 아침에 급히 먹은 샌드위치가 살짝 체한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점심 먹고 나서는 몸도 머리도 너무 무거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책상에 머리를 대고 누워 쪽잠을 잤다. 잠시 후 나는 아예 쿠션까지 베고 제대로 숙면을 취했다. 거의 한 시간. 말해두지만 나는 늘 자발적으로 매우 열심히 일하는 편이다!! 오늘은 정말 힘든 날이었다.

 

오랜만에 꽃친 2기 예담이를 만나기로 했다. 예담이가 4:30쯤 도착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예담이한테 뭐 좋은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 됐는데 3시쯤부터는 예담이가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다. 나가서 얘기라도 하고 그러면 상태가 나아질 것 같아서. 역시나 예담이를 만나서 이런저런 사는 얘기도 듣고 나름 선생질도 하니 몸도 마음도 기운이 좀 났다. 내가 그 몸과 마음 상태로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생산적인 일이었을 거다.

 

바늘 틈같이 좁은 실용음악 입시를 통과하느라 많이 지쳐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덤덤하고 씩씩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시간에 많이 외롭고 불안하겠지. 꿈을 좇되 꿈에 짓눌리지 말자고 얘기했다.

 

코노에 가서 예담이 노래를 듣는데 노래가 많이 늘었다. 그런데 노래가 늘었다는 게 예대 입시에, 혹은 뮤지션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감정도 찐하게 전달됐다.

 

근데 그보다도 나는 그냥 예담이가 노래하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내 눈엔 이르케 이쁘고 기특한데.. 교수님들 앞에 가면 냉정하게 평가받겠지? 이런 게 고슴도치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예담이도 알게 모르게 또 한 뼘 자랐다. 이제 몇 개월 뒤면 ‘아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나이가 되겠지. 스무 살이 된다니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아질 것 같아 좀 걱정도 된단다. 뭘 얼마나 책임지려구~ 하면서 웃었지만 나도 저 나이 때 정말 사소한 일에도 큰 책임감을 실감했던 기억이 난다. 남이 보기엔 작은 일이어도 자기가 직접 한다는 게 중요한 거겠지.

 

예담이 동생이 올해 16, 내년에 17이다. 딱 꽃친 나이. 예담이는 꽃친 했을 때 너무 좋았고 다시 돌아간대도 또 하고 싶단다. 우리에겐 최고의 칭찬이다. 그땐 우리가 더 서툴고 해준 것도 부족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동생에게도 권하고 있지만 동생은 공부 압박이 심해서 안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런 친구에게 더 필요한데... ㅋ 하지만 쉼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없이 오는 친구들은 꼭 와서 고생을 너무 많이 한다. 그래서 억지로 설득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예담이에게 칭찬 들은 걸로 만족해야지. 

 

서윤이가 생일이라고 돈을 보냈단다. 참 재밌는 친구다. 정작 만나자고 하면 바쁘다고 코빼기도 안 뵈는데. 예담이는 어머니가 아프신 서윤이에게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나는 그런 말이 참 놀랍다. 그 나이 때는 물론 지금도 나는 잘 쓰지 않는 말인데.. 어릴 때부터 남에게 마음이 쓰이는 경험을 하는 아이들은 어떤 사람인 걸까. 본받고 싶은 마음이다.

 

 

 

2019. 10. 21. 22:11. RSS feed. came from other blogs. Leave a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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