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0세가 되었다고 해서 거창하게 글을 남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우연히 감기에 걸려 하루 종일 집에서 자면서 쉬는 바람에 새벽이 되도록 잠이 오질 않아 결국 한 줄 글을 남기게 되었다.


파울루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드디어 펼쳤다. '페'로 시작하는 네 글자 단어라서 페미니즘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전혀 그 어원을 짐작하기 어려운 단어이기도 하며, 피스모모에서 '우리는 페다고지를 표방한다'라고 선언해서 더 멋져 보이기도 한, 그러나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던 페다고지. 

오늘도 결국 본론으로 들어가지는 못한 채 30주년 기념판에 붙인 서문만 읽었다. 페다고지의 원 제목은 '피억압자들의 교육학'이라고 한다. 브라질 빈민가 출신인 파울루 프레이리는 평생을 교육을 통한 빈민해방에 힘을 쏟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사상은 제3세계 뿐만 아니라 더 기술화된 사회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하는데, 어서 본론을 읽어보고 싶다!! 파커 팔머에 이어 나의 위대한 스승님이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꽃친을 운영하면서 고민되었던 많은 부분들에 나름대로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최소한 제대로 된 고민의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것 같다.

뒤늦게 이렇게 교육학이 재밌을 줄 몰랐다. 뭐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짜여진 커리큘럼을 따라가기 보다는 내가 갈증을 느끼는 지점에서 하나씩 배워가는 게 더 감격적이다. 역시 배움의 가장 좋은 원동력은 필요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말에 반대하면서 동의한다. 배움의 때는 목마를 때다! 

그나저나 새벽 4시가 다 되어 간다. 내일 잘 일어날 수 있겠지. 


잊기 전에 메모해두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난 것인데, 꽃친의 1년은 '경험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UX와 비슷한 부분이 있을까? 하지만 일반 경험디자인과 다른 점은 디자이너가 모두 정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와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점이겠지. 이 부분을 좀 더 정리하면 꽃친을 운영하는데도 유용할 뿐 아니라 꽃친과 비슷한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직 그런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데도 나는 틈틈이 어떻게 노하우를 전수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어차피 꽃친에서 감당할 수 있는 아이들은 1년에 10명 내외이다. 우리의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들레 씨가 날아가듯이 여러 곳에 생각이 퍼져서 자라나야 한다. 미리 잘 정리해두었다가 때가 오면 멋지게 전달해야지. 

2017. 11. 24. 03:53. RSS feed. came from other blogs. Leave a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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