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금요일은 전날부터 긴장된다. 


아침에 길을 나서는데 머리가 멍했다. 핸드폰을 두고 나가서 2~3분 거리를 다시 되돌아왔다. 다시 나가면서 오늘 모임이 삼각지인가 광흥창인가 멍하니 생각했다. '아, 광흥창이구나. 그러면 연신내에서 갈아타야 되네.'라고 분명 생각했건만. 어쩐지 3호선을 타고 충무로까지 가버렸다. 사실 그마저도 책을 읽다가 동대입구까지 가버려서 '아이고 충무로에서 갈아타야 되는데 한 정거장 돌아가야겠구나.' 생각하다보니 광흥창에 가야 할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는거지 싶었다. 이상해.


아이들이 글쓰기 수업을 듣는 동안 밖에서 두수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꽃친과 동행하신지 한달도 되지 않으셨는데 아이들 개별 코칭을 맡아주기로 하시면서 혹시 내가 귀띔해 드려야 할 사항이 없을까 해서 이야기를 시작한건데, 오히려 두수쌤의 인사이트를 경청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사실 꽃친과의 인연은 나보다 짧으시지만 교육에 대한 관심, 경험은 나보다 한 수 위이시기 때문에 두수쌤의 눈으로 본 꽃친은 어떤지, 어떤 필요가 있을지 듣는 것은 귀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사실 마음으로는 뭐랄까 자존심이 상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이러이러하게 하면 더 좋지 않겠냐는 제안은 마치 잘못을 지적하는 것 같고. 이 마음이 극단으로 나쁘게 치닫는다면 '네가 뭘 그렇게 잘 알아? 나도 그런 생각 이미 다 해봤거든?' 이렇게 발전될 수 있는 류의 마음. 하지만 정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내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꽃친을 더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잊을까봐 적어두자면, 꽃친은 파업이고 꽃친 프로그램은 파업프로그램이며 이미 1년을 쉬기로 결단한 것 자체가 큰 용기를 낸 것이기 때문에 꽃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변화의 4~50%는 시작하면서 달성한 것과 마찬가지다라는데 서로 공감대를 이루었다. 두수쌤은 꽃친에 기본 베이스로 '자아발견, 정서를 다루는 수업,' (또 뭐였지.. 벌써 까먹었다 다음에 다시 여쭤봐야지.)이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과정들은 상주하는 선생님(즉, 나)이 다루는 게 좋을 거라고 하셨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뭔가 수업을 한다는 게 잘 엄두가 안나서 대부분은 기획된 수업으로 풀어가려고 하기 보다는 대화로 풀어가려고 했는데 앞으로는 수업으로 구성해둬야 할 것 같다. 


나는 뭐든지 수업이라는 형식이 아닌 관계와 대화, 경험으로 접근하는 경향성이 크고 두수쌤은 뭐든지 수업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성이 크다. 두 가지 경향이 잘 융합되면 좋겠다. 아예 이 과정 기획을 컨설팅으로 부탁드리는 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이건 꽃친 운영진에 정식 건의해봐야겠다. 


'정서를 다루는 수업'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어썸스쿨에서도 이런 수업을 한다는데 혹시 매뉴얼을 공유해줄 수는 없을지 문의해봐야겠다. 


어제 하루는 푹 잘 쉬었다면 오늘은 또 여러가지 자극을 받은 날이네. 


- 오늘의 독서 : 멀고도 가까운, 리베카 솔닛. p65~86 (얼음)

2017. 10. 17. 23:38. RSS feed. came from other blogs. Leave a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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